둘째 고민, 둘째를 갖기로 한 이유, 둘째 터울, 둘째 임신 준비

남편과 결혼하기 전부터 꿈꿔온 자녀의 수는 항상 둘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 가족이어야 "완전한 가족"이라는 느낌이었달까.

나도 네 가족이었고, 미래의 나의 가족은 당연히 넷일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첫째 아기를 출산했다.

머리로는 아기를 키우는 게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현실은 역시(?) 내가 각오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출산휴가를 쓰고 육아휴직을 우선은 한 학기만 신청했었다.

 

아기가 4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 나의 멘탈은 더 이상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둘째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고 외동의 장점만 미친 듯이 검색해 봤었다.

아기가 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집착하게 되었고 왜 우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같이 울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이유 없이 우는 거였다'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거였다.

그렇게 산후 우울증 비슷한 걸 겪으며 얼른 복직하기만을 기다렸다.

 

21년 12월 1일부터 휴직하여 22년 9월 1일 자로 정확히 10개월 만에 복직했다.

아기가 없는 혼자만의 출근길이 그렇게 좋았다.

혼자 여유롭게 걸으며 하늘을 볼 시간도 생기고 작은 꽃들, 지나가는 차들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육아보다는 일이 체질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내가 복직을 했으니 아기를 키울 사람이 없어 당연하게도 남편이 휴직을 냈다.(부부교사의 장점이랄까)

남편은 1년의 휴직 중 반년은 아기 전담, 반년은 아기 어린이집 적응을 돕는 임무를 맡았다.

보통은 여자가 육아를 전담하지만 우리 아기는 아빠육아휴직으로 인해 지금도 아빠 껌딱지이다.

(심지어 아빠를 엄마라고 부른다)

남편의 휴직 일상을 지켜보는 동안 (남편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예민해짐을 많이 느꼈었다.

특히 어린이집 가기 전의 반년동안은..

다행히 어린이집에 적응한 5월 이후부터 남편의 표정은 부쩍 좋아지기 시작했었더랬다.

 

그리고 나는 복직 후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둘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아기의 신생아시절 + 돌 이전에는 몰랐는데 커갈수록 (내 아기라 그런지 몰라도) 점점 이뻐진다.(현재 18개월)

- 우울증이었을 땐 몰랐던 그 시기의 예뻤던 모습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산후조리나 모유수유, 육아 관련 정보들을 많이 겪어봤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첫째와 터울을 생각하다 보니 24년 3~5월생 또는 25년 3~5월생을 혼자 계획해 봤다.

- 첫째 때 우울증으로 휴직을 오래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서 둘째를 갖는다면 조금 더 오래 휴직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른 가정의 자매나 형제가 잘 노는 모습을 보니 우리 첫째에게도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 우리가 죽으면 혼자남을 아기를 생각하니 동생을 만들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둘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동안 남편은 계속해서 둘째는 없다며 단호박을 선언했었다.

양가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날에도 정색하면서 둘째 얘기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그렇지만 나는 끊임없이 남편에게 둘째 어필을 했었더랬다. 물론 너무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평소 진지한 얘기를 분위기 잡고 하는 남편이라 나는 이미 첫마디부터 눈치를 챘었긴 했다.

"자기는 둘째가 왜 갖고 싶어??"

이 질문으로 시작해서 나는 나의 생각을 진지하게 얘기했고 바로 들려오는 답변은

"이제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둘째 낳아야지~"

.... 너무 갑작스러운 둘째 허락(?) 선언에 주책맞게도 눈물이 나버렸다.

 

그리하여 당장 이번달부터 임신을 준비하기로 했다.

만약 한 번에 임신이 된다면 터울은 2살 같은 3살 터울이 되는 것이며 나 혼자 계획해 보았던 24년생 3~5월생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난 터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최대한 엄마아빠 젊을 때, 첫째와 같이 놀 수 있을 때, 늦었다고 생각될 때 빨리 계획해서 낳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건너들은 바로는 3살 터울이 이론적으로는 가장 좋다고는 들었다. 부모와 아이 모두의 정서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둘째 임신 계획으로 우선은

엽산을 구입해서 먹기 시작했고

임신한다면 할 수 없는 치과진료, 뿌리염색, 건강검진을 모두 예약했다.

그저께 치과진료를 다녀왔는데 글쎄 깨진 이가 있다고 하여 순식간에 30만원을 홀라당 지출했다.

첫 째는 한 번에 생겨서(허니문 베이비) '둘 째도 한 번에 생기겠지'라는 자신감(?)이 있지만 기왕이면 확실히 하기 위해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생리 시작일로부터 7일째 되는 날이다. 

내일은 오전 건강검진과 오후 뿌리염색 일정이 잡혀있고(바쁘다 바빠)

내일부터 본격적인 임신준비로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해보려고 한다.

 

아직까지는 순조로운 출발인데 과연 아기천사는 금방 와줄는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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